* 비밀을 보고서

2002-10-31

이런 저런 이유로 "한번 보는게 어떨까" 싶었던 비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더운 여름 대청 마루에 앉아서 멍하게 부유하는 먼지를 바라보는 것 같이 떠도는 마음속 감정을 즐겼습니다.

일단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일본인의 특징중 하나인 다름 사람들에 대한 배려 "와(和)"를 알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 초반부분에 나옵니다) 도망갈 곳 없는 섬에 모여살다보니 될 수 있으면 서로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하던 습성이 차곡차곡 쌓여서 된 것이지요. 서로 싸우다보면 열받는 다고 어디 다른곳에 갈 곳 도 없고 결국 좁은데서 싸우다 서로 죽게 되지요. 그렇다고 합디다 -_-a 어쨌든 이 영화 전반에 걸쳐서 상대에 대한 "와"가 배경에 깔립니다. 일본에서 가장 심한욕이 "바보" 정도 수준인 "바까?" 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는군요(물론 각종 파생형 욕들이 있겠지만 옆나라와 비교하면 -_-;;). 그리고 또 다른 특징중에 하나인 본래마음(혼네本音)과 실제행동(다테마에立前)를 알고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될수도?

일단 처음 부분에 사고를 당했을 부분. 큰 사고를 당한 당사자의 충격은 옆에서 보는 사람이 생각하는 경우보다 더 클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 대부분이죠. (심할 경우 아예 현실을 부정해 버리는 경우도 있죠. 턴에이건담의 그 마님처럼 말이죠) 여하튼 충격받은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식사중 티브보기 장면이죠. 그리고 진부한(?) 손 잡기 신공을 통해서 혼(동양적표현) 내지는 인격(서양적표현)이 전이되게 되는데 아 이거 쫌 더 머찐 화면효과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_@.. 여자저차 해서 딸의 몸과 아내의 인격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제 모호한 상황이 되는데 하나의 100% 상실이 아닌 두 개의 50% 상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어떨 것인가... 하나의 100% 상실은 한 개의 상황이 종료되었으므로 한번 쓰러졌다가 일어서면 됩니다. (일어설 수 있을 경우) 그런데 두 개의 50%는 어느것 하나 종료된 것이 아니므로 아주 어정쩡한... 그런 묘한 상태가 되 버린 것이죠. 어느쪽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50% 라기보다는 아내쪽의 상실감은 훨 덜하게 되죠. "대화"라는게 가능한 인격이니까요.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식과 아내중 고르라면 당연 아내를 고르겠습니다 ._.a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의 의지로 지지고 볶으면서 맞춰온 사람. 같은편에 서 줄 수 있는 당신이죠(아 폴라리스 생각납니다 ㅠ.ㅠ) 사실 자식의 경우도 어떤 넘이 나온다는건 예측불허 어쩔 수 없는 주어진 상황 비슷한 것. 영화 설정에 깔린 두 사람의 "정"을 보더라도 남자의 경우 아마 아내의 인격이 상실되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심한 상태로 갔을겁니다. 단지 귀여운 딸과 동반자의 무게감의 차이일까나...

그 후 각종 긴장관계와 잔잔한 에피소드들이 연출됩니다. 무수한 특A급 헨타이물과 타부/변태스러운 어둠의 철사장단련을 했건만 마음의 묘한 흔들림을 느낄정도로 아아 대단했습니다. 역시 압권은 "입으로 해줄까" 오오 ㅠ.ㅠa 앗 갑자기 어둠의세계스러운 분위기 사과드립니다 ._.a

우선 기억에 남는 설정들부터 애기해보죠.

아내에 대한 의심이 점점 심해져서 도청기를 설치하고 급기야 약속장소까지 출현하는... 이 부분 정말 압권입니다. 뭐랄까 점점 홀려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정도이지요. 사실 의처증/의부증의 경우 평범한 사람 누구나가 빠져들 수 있을정도로 나약한게 사람입니다. "나는 당신을 전적으로 신뢰해" 과연 이게 가능하기나 한건지... 어쨋든 이러한 전개 과정이 영화의 사실성을 더하는데 일조했지요. 하지만 애정 스릴러 물이 아닌이상 대충 수습하고 다음으로 진행해야 되는데 그래서 나온것이 "우리는 우주인이야"라는 약간 어벙한 멘트? 어디선가 멀더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잡생각도 했다는...(아 엑파 끝나고 좀 이상해진 모양입니다 ㅠ.ㅠ) 사실 이 부분의 백미는 끝나고 집으로 와서 티격태격 하면서 결국 서로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물론 신체적 접속(?)이 아마 없었죠? 그래서 더욱 가슴 미어지는 장면이죠. 마음속 감정의 파도가 훤히 보이지만 서두 @_@ 어이 감독 서비스컷이 너무 박한거 아니냐 -_-++)

그리고 중간중간에 될 듯 말 듯 한 장면들. 설정상 이 남자의 경우 다른방법으로 해소를 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아 고지식한 넘입니다. 그거 참으면 안되는데 @.@) 이거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그렇게 버티면 항상 불안한 상태가 유지되는데 어느 순간 실수할 수 있죠(착해보이는 사람이 어느순간 열받아 성질/불만/화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거 본적 있는사람 손~~). 나의순정에 대한 반대급부를 요구하게 돼죠. 옆에서 보니 저러면 안된다 하지만 막상 직접해보면 손이 떨려 드랍쉽 운영도 안되고 탱크는 벌쳐랑 따로노는 형상이 발생하는... 앗 또 샜다. 아 그리고 이런 것 또한 도청기 설정과 집으로 와서 듀얼 붙을 때 주루룩 쏟아지는 화풀이의 배경이 됩니다. 아 그리고 현실세계에서는 화풀이가 저렇게 간단히 끝나진 않죠. 뭐 영화라니까 -_-a

이제 대충 갈등관계는 정리가 되어가지만 아내는 느끼게 됩니다. 남편이 힘들어 한다는 걸. 빛나는 세계를 향해서 다가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자신(사실 그걸 좋아하지 않는 다는걸 유심히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학교씬 보다 집에서 더욱 빛나는 료코를 볼 수 있죠)에 비해 이제 내리막길을 걷는 남편의 안타까운 마음을 말이죠. 중간에 남편이 "내가 10년(20년이던가) 더 일할 수 있으니까"라고 대사치는 장면을 보고 속으로 찡한 아픔이 ㅠ.ㅠ 남자는 아내/자식이 딸리면서부터 "내가 얼마나 더 돈을 벌 수 있는가"를 계속 생각합니다. 보통 대충 생각한 기간에서 5년, 아니 10년을 더 늘리다가도 여러사정으로 예상을 1, 2년씩 줄이면서 속타는 마음.

난 이 천사와 같은 부부를 보면서(현실존재 가능성 0%) 과연 누가 먼저 상대를 놓아줄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옆에서 볼 때 서로 사랑하는데 쉽게 생각하면 될거슬 이라고 하지만 당사자가 되면 절대 안그럼) 사랑하기 때문에 보낸다는 옆구리 이단옆차기 수준의 생각을 할 것 같아 보였는데 -_-;; 역시 아내가 먼저 선수를 치는군요. 반지가 든 인형을 꼭 잡은 장면과 그 다음날부터 극적으로 돌아오는 딸의 인격. 뭔가 돌파구를 찾았던 남자의 경우 확실히 마음을 먹게 되지요(에이 병신같은 넘. 줘도 못먹냐 -_-+) 그러면서 아내와 딸의 교차편집과 메시지 전달등의 쇼를 하면서 전반적인 수습국면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등대장면이 나오죠. 이 장면도 정말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감정의 변화를 자세히 보세요. 처연함과 사랑 망설임...

아 빠져 버렸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대충 모든 갈등이 종료되었던 즈음에 있던 햇빛좋은 날 마루에 누워서 마당에서 돌아가는 스프링쿨러를 바라보던 장면. 중년의 잔잔한 평온이 느껴지는 군요. 그리고 스프링쿨러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종류네요.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물방울을 날리는 바로 저거 꼭 사서 써보고 싶은 ㅠ.ㅠ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지요. 아아 한석규 ㅠ.ㅠ 한석규 ㅠ.ㅠ

아 그리고 마지막에 글마랑 왜 결혼한지 아십니까? 아내의 입장에서 사실은 결혼이란거 아무 관심도 없는 거지요. 사실 그 라면집 자슥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네요. 단지 "자기 남편이 좋아하는 넘" 이 단 하나의 이유로 그넘과 결혼한 겁니다 -_-a 즉 딸인척 하면서도 자기 남편을 꾸준히 바라보았다는 것이지요. 남편이 누굴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영화 후반부내내 시선은 항상 남편을 보고 있습니다. 그 라면집 자슥을 바라보는 장면은 거의 없죠. 아 그리고 마지막 장면. 어떤분이 108번뇌라고 하신 것 같은데 정답같네요. 아 보고 정말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채 잠을 뒤척뒤척 설쳤네요. 그럴땐 술을 먹어야 하는군요! 이러면서 배우는거죠!! 음하하 ㅠ.ㅠ

PS.
누가 애기로 인생에서 행복은 깜깜한 터널을 지나면서 아주 잠깐 언뜻 스쳐가는 불빛 같은 거라는데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설정/전개은 전부 현실에서 불가능 이라는데 한표! 이 영화는 그런 아주 작은 반딧불 같은 것만을 모아서 만든 것입니다. 그러기에 영화가 되는 것이겠지만...
내용같은 상호 배려 라든지 여자/남자가 현실에 존재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이므로 다들 현실에 적응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작품을 기다리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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