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무식

2005-01-04

영화 "러브레터"를 보면 주인공은 아버지의 죽음소식에 아무반응이 없다가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 눈길에 죽어있는 곤충을 보고 갑자기 현실과 부딪히고 펑펑 우는 장면이 나온다.

보통 그렇다. 습관적인 말로 내뱉던 것들이 어느 순간 의미를 가지며 자신의 삶에 흡수되어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담배를 끊어야지"라고 십년넘게 이야기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끊게 되는 것이라던지 살을 빼야지 빼야지 말만하다가 언제부턴가 갑자기 철저히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하는 경우를 가끔 주위에서 보게 되는데 이 모든것들은 겉으로 떠돌던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머리속 깊이 정체성 한가운데로 들이닥치게 되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쥔장에게 올해 시무식은 비슷한 의미였다.

사실 2004 -> 2005로 바뀌는 건 그냥 구분일 뿐이다. 그 구분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의식은 개개인 별로 틀리는데 새해 해돋이를 봐야한다든지 12시 재야의 종소리를 들어야 한다든지 등등 개개인 별로 다 틀리다. 쥔장은 보통 12/31일 12시 전후하여 방송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떠들썩한 프로그램이 좋다)을 들으며 새해를 체감하는데 올해는 겜한다고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어영부영 지나가다 오늘 출근하여 시무식을 했는데 달라진 모습을 통하여 세월의 변화와 새해가 2005년이 왔음을 깨달았다. 그 구분으로 인하여 스스로 생각하는 나이를 고치고 사회적 행동양식을 조금씩 수정하며 집단내 자신의 위치를 재조정하고 미뤘던 일들을 슬슬 시작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일어났다.

그럼 달라진 시무식은 어땠을까?

군사문화의 하이라이트인 "도열"이 없어졌다. 큰 테이블 몇 개를 준비하고 거기에 빙 둘러서서 사장의 시무식낭독을 듣는 형태로 바뀐것이다. 그 큰 덩치로 인하여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조직이 바뀌고 있고 나 또한 바뀌어야할 시점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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