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7월 30일

일정 : Berlin

어떻게든 잠이 든 모양이었다. 차장이 깨우는 통에 후다닥 일어나서 좁아서 힘들었지만 꾸역꾸역 짐을 챙기고 (6명 쿠셋은 확실히 힘들어서 이후 부터는 4인실 쿠셋을 이용했다) 기차를 내렸는데 시간은 6시36분. 멍한 머리속에 "자네는 피곤해! 피곤하다고~" 라고 무언가가 말을 하며 걷어차는 것 같이 멍하긴 했지만 긴장을 해서인지 잠은 오지 않았다. 그래도 배에서 신호가 왔고 역의 화장실을 갔다. Mc Toilet 이라는 체인점 같은 곳이었는데 유럽의 다른 곳에서도 몇 번 본 상당히 깨끗한 곳이다. 아마도 체인점 같은 곳인 듯. 물론 가격도 좀 받는다.

베낭을 만지는데 뭔가 툭튀어 나온 것이 느껴졌다. 아차차 저녁에 먹을려고 쑤셔넣어둔 사과를 잊고 있었다. 간단하게나마 사과를 씻어먹고 무거운 짐은 라커에 보관 후 숙소를 찾아 나섰다. 론리에 표시된 역근처의 YH(유스호스텔) Jugendgastehaus에 가보았는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제대로 된 밥이나 먹어볼까 하고 근처 학생식당 MENSA에 가보았는데 거기도 닫혀있었다. 이상스레 컨디션이 안좋을 때는 일도 꼬이는 것 같다. 이럴 때 일수록 멍해지면 안되는데 ㅠ.ㅠ 이럴 때는 여행안내소부터 시작해 모든걸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안내소를 찾아가 도착하니 8시.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입구를 찬찬히 살펴보니 8시30분 부터 문을 연다고 적혀있었다. 근처의 계단에 퍼질러 앉아있는데 베낭멘 놈들이 하나씩 둘씩 모였고 같이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이탈리아 애들 처럼 보이는 그룹이 있었는데 부탁을 받아 사진찍어주고 얘기좀 하며 안내소 문열 때까지 기다렸다.

숙소예약을 했는데 35유로짜리가 제일 싼곳이라고 한다. 위치를 물어 지도에서 확인하니 역 근처에 있었고 또 글마가 괜찮은 곳이라고 해서 이틀 예약을 했다. 72시간 교통카드가 포함된 웰컴카드와 상세하게 보이는 두꺼운 지도를 샀다. 안내소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지도와 20분을 씨름했는데 오마이갓 너무 난해했다. 내가 필요한 건 서울시내 지도인데 경기도 지도를 산 것처럼 내용도 무지많고 복잡하기만 한 그런 사태였다. 낙서를 해 버려서 바꾸지도 못하고 베를린 중심가만 나와있는 지도를 하나 더 사서는 숙소를 찾아갔다.

숙소에 너무 일찍 도착을 했는지 방청소 할 동안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한다. 방값을 지불하고 베낭을 내려놓고 가이드북을 뒤적대는데 청소가 끝났댄다. 방에 들어가니 침대가 2개 놓여있고(Twin Room) 구석에 샤워시설이 있었다. 일단 샤워를 하고 침대에 앉으니 온몸에서 모래가 주루룩 빠져나면서 노곤해졌다. '1시간만 눈을 붙였다가 나가야겠군'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1시간씩 연장 되더니 결국 오후 2시에 일어나게 되었다. 세면대 물을 틀어서 세수 하는데 물이 뜨뜻... 찬물이 나올까 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시원해지지 않길래 그냥 씻고 아까 해독에 실패한 두꺼운 지도를 한번더 시도해봤으나 역시 포기하고 중심가 상세지도로 대강의 지리를 파악하고 2시30분에 출발했다. 먼저 AMEX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고 U-Bahn 시스템/노선도을 익히고 장벽박물관(Chek Point Charlie)을 보러갔다. 쭉 살펴보면서 장벽을 넘으려는 각종 기발한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냈다. (무지더운 하루였고 무지더운 박물관 이었다. 선풍기를 틀어놨는데 열풍기처럼 뜨거운 바람이 후욱)

베를린의 거리를 많이 걸어다녔는데 S-Bahn이란 것도 타보고(지하철 지도를 보면 S-Bahn은 존나 굵은 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래서 뭔가 특별한줄 알았더니! 뭐 지상에 있는 쬐끔 큰 정거장 정도?)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레스토랑에 가서 International Menu의 설명을 보고 Berlin 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요리랑 (8 Euro)와 Alt 맥주 (0.3L, 2.5 Euro)를 시켜서 먹었다. 져민고기 익힌 것을 양배추로 싸서 소스를 얹고 그 옆에 삶은 감자가 같이 나왔다. 가계 뒤쪽 뜰에 앉아서 그쪽 동네 사람들이랑 같이 먹었는데 벌 한 마리가 식사내내 겐세이를 놓았다 -_-+ 나오면서 얼마냐고 물어보니 10.5유로랜다. Tip 포함된거냐고 물어보니까 포함안되어 있단다. 그래서 1유로 더 주고 나왔다.

오는 길에 동네 슈퍼에 들러서 사과, 물, 요플레를 샀다.

아 그리고 베를린에는 사거리 마다 조그마한 광장(Platz)에 나무들이 심어져있고 벤치도 있다 이런 Platz들을 구경하며 다니는 것도 괜찮았다. 그리고 폭격맞은 성당을 그대로 방치해 둔 경우도 보였으며 도시 전체가 무슨 건설현장인 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곳곳에 많은 공사현장이 있었다.

오늘은 왠지 약간 어지러워 일찍 귀가를 해서 씻고 잤다.

[비용편]  : 할인금액의 경우 원래 가격을 괄호 안에 적었습니다. 할인가격(원래가격)

(2002년 7월 30일 기준환율 : 1 Euro = 1180.13 Won)
ref. http://market.hankyung.com/cgibin/exr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