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7월 21일

일정 : 런던

여행을 하다 보면 요일감각이 무뎌지는데 오늘은 일요일 이군요. 피곤하기도 해서 알람을 맞추지 않고 느긋하게 일어나서 아침식사하러 갔습니다. 사람이 버글버글한데 누군가가 계란후라이+소세지를 먹고 있군요. 주방보는 아주머니한테 "나두 저거줘" 그러니까 "저거는 3파운드 더 내야돼. 먹을래?" 그러길래 그렇다고 했죠. 아마도 English Breakfast 인가봐요. 방열쇠를 보여줘서 번호를 적고 토스트 6조각에 소세지, 계란후라이를 받아서 먹었습니다. 따끈따끈 후라이와 그럴싸한 소세지 맛있군요 @_@ 추가로 시리얼 까지 먹으니 배가 꽤 부르더라는.

방으로 돌아와 어제 편의점에서 산 요쿠르트를 먹으며 영국에와서 며칠동안 한국사람을 못본 이유가 뭔지 생각해 봤죠. (*** 전 "유럽20개국 세계를 헤매자" 랑 "론리플레닛"을 들구 다녔는데 헤매자 쪽은 정보가 꽤 부실한 것 같더군요. 그래서 생각해본 결과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부족한 정보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보충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모으는 정보에는 "빅토리아역 근처 싼 슈퍼" 같은 것도 있을테죠? 런던에 오는 모든 애들이 전부 똑같은 걸 프린트 해 와서는 아마도 그곳에 가겠죠? 아무래도 그런 장소들에 가면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쥔장의 경우는 보는 가이드북도 틀리고 한참 워크3 오락하다가 갑자기 출발해서 그런 자료준비도 못하고 론리 딸랑하나 들고 출발했으니 못 보는건 당연한 것 같더군요. 론리애찬을 하자면 꼭 필요한 정보는 다 있습니다. 스스로 찾아보는 여행의 재미에 해당하는 부분은 물론 없구요~ ***)

일단은 영국박물관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날씨도 좋고해서 하루종일 박물관에서 삐대기도 뭐하고 해서 가이드북을 뒤적대다가 시장쪽이 재밌어 보이더군요. 일요일에 개장하는게 뭐 있나 보니 캠던시장(Camden Market)이 보이더군요. 어차피 어제 끊은 주말교통카드도 일요일까지 쓸 수 있으니 지하철타고 시장구경이나 하러갔죠. 일단 먹는게 싸구 옷 같은거 많고 이것저것 잡화도 많네요. 원래 감옥이었던 곳에 시장이 들어섰기 때문에 곳곳에 감옥의 흔적이 남아있구요. 가만생각하면 결국 감방에서 장사를 한다는 하하하. 길거리 반지파는데를 구경하다 보니 큼지막한 은으로 된 해골반지가 괜찮아 보이길래 하나 사고는 시장 안쪽으로 구경갔습니다. 동양쪽 물건을 파는 가계가 있어서 이놈들 어떻게 해놓고 파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는데 동양을 그대로 갖다놓기 보다는 서양의 관점에서 본 동양(?)을 가져다 놨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를 들면 부처의 손을 조각해 놓은 것 이 있는데 서양인의 눈에는 부처의 손 모양이 인상적이었나봐요 그래서 손목을 썩둑 잘라서 손모양만 조각해 놓은 나무조각품이 보이네요. 동양에서는 부처상을 다 만들면 만들었지 손목아래 부분만 떼어서 조각을 하지는 않죠? 대부분의 파는 물건들이 그런 식이더군요.

(캠던시장 입니다. 잘 찾아보면 로마시대 동전파는 곳도 있어요. 유럽의 벼룩시장 같은데를 다녀 보시면 알겠지만 돈만 있다면 어설픈 박물관 차리는건 쉽겠더군요 ^^;)

(어설픈 셀프카메라 @_@)

이쪽 동네는 파티가 많은지 각종 의상 파는 곳이 많네요. 그중에 간달프 의상이 있었는데 그 앞에서 살까말까 한참 고민을 했다는.... 베낭이 조금만 가벼웠어도 사고쳤을 듯. 그리고 까~만색 가죽의 섹시한 여자옷들도 꽤 많은데 점원이 그걸 입고 있었습니다. 멋지군요 -_-)b

배가 고프지 않아서 점심을 거르고 구경하는데 날씨가 흐려지네요. 그래서 오후는 영국박물관으로 gogogo. 박물관에 이것저것 잔뜩 갖다 놓긴 했네요. 대충 대충 보다가 중세시대 시계를 보아놓은 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즘은 똑같은 모양의 물건(시계)을 엄청나게 쏟아내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죠? 시계의 경우도 기술자가 만드는 시계마다 전부 틀려요. 어떤 것은 추를 달아서 쓰고 어떤건 와따가따 추를 달기도 하고 작동방식도 다 틀리고요. (각각의 또다른 기계설계에서 위트를 느낀다면 당신은 이미 골수 공돌이~) 사실 그쪽 시대의 기술자들은 엔지니어(물건을 만드는)면서도 과학자(창의성)이기도 했고 대부분 예술가(그 조형미란!)였죠. 그리고 중세시대 칼들 전시해 놓은 곳도 재밌게 봤습니다.

(*** 예술쪽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박물관에서 창의성의 재료를 얻으면 좋을 것 같더군요. 아래의 그림은 중세시대 어느 감옥의 창살이에요. 개성이 느껴지지 않나요? 게임의 던젼을 디자인 할 때 모두 쓰는 똑같은 감옥 디자인 말고 창살도 저런식으로 디자인해 넣으면 뭔가 특이해 보이겠죠? 저런거 말고도 각종 칼들도 있는데 대장장이가 두드려 만든 칼들도 전부 틀리답니다.
  ***)

박물관 폐관시간까지 버티다가 빅토리아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넷 까페에서 메일 확인을 했는데 어제보낸 네델란드 숙소예약의 확인 편지를 도착해 있었다. 예약은 확인됐으며 오후1시 이전에 유스호스텔에 나타나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보증을 위해 신용카드번호를 보내줄 경우 오후 6시까지 체크인이 연장된다고 되어 있어서 신용카드번호를 기입해서 회신해 주었다. 그리고 눈새를 읽고 여기저기 게시판 뒤적거리다가 숙소로 가는데 "이 가계는 동네에서 제일 쌉니다"라고 적혀있는 지하에 있는 레스토랑이 보이는군요. 들어가서 먹었는데 싸긴 싸군요. 먹은건 Today's Special 인 터키로스트라는 닭고기요리랑와 맥주(Bitter).

숙소로 돌아가 일기 적고 취침.

(*** 영국 런던의 지도를 볼 때 알아두시면 좋은 것은 지도상에서 큰~길로 나와 있는 도로가 생각보다 넓지 않다는 겁니다. 지도에서 딥다 큰 도로가 왕복으로 2차선(편도 1차선)일 경우가 허다하다는... 그래서 저두 영국박물관 찾아 가면서 좀 헤맸네요 크크크. 아참 그리고 그래서 인지 차들도 느리구요. 영국에서 제일 많이 한 일을 꼽으라면 아마도 무단횡단이 되겠군요. 영국애덜도 장난아니게 하고 저도 익숙해 져서는 거의 신호등을 무시하고 다녔죠 ._.a ***)

(*** 박물관 관람 Tip : 너무 무리하게 다니지 말고 1시간 정도 돌아다니면 한 30분정도쉬고 또 구경하고 하십시오.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피곤하면 귀찮아 지기도 하고 재미도 없어요. 충분히 쉬고나서 전시물을 보다보면 의외의 느낌이 생기기도 해요. 박물관을 돌다보면 역사란건 꽤 재밌는 창의성의 재료인 것 같다는 느낌이 자주 들더군요. 유럽의 박물관에서는 ***)

[비용편]  

(2002년 7월 20일 기준환율 : 1 Pound = 1850.07 Won) ref. http://www.hankyung.com/cgibin/exrate2.c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