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8월 1일

일정 : Berlin -> Dresden

아침에 또 딱딱한 갈색빵 ㅜㅜ 그래 독일이니 참자. 베를린을 떠날 모든 정리를 마치고 역에 도착하니 이미 드레스덴을 거쳐가는 열차가 도착해 있었고 출발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일단 2등석칸에 올라탔다. 좌석마다 붙어있는 예약표시 북적이는 사람들 자리가 없어서 베낭메고 복도에 서있는 젊은이... 식당칸을 지나쳐 1등석칸으로 갔다. 사람적고 에어콘도 시원하다. 마주보는 좌석을 다 당겨서는 침대 비슷하게 만들고 조그만 책상에 가이드북을 놓고 뒤적였다.

(*** 유레일 패스의 경우는 기차를 탈 수 있는 패스일뿐 좌석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확실히 앉아가고 싶으면 얼마간의 수수료를 내고 좌석예약을 하면 됩니다. 성수기의 붐비는 구간이라도 좌석예약을 하면 확실히 앉아 갈 수 있죠. 뭐 원칙은 그렇지만 가족끼리 꼭 같은 곳에 앉아서 가고 싶다든지 그럴 경우가 아니면 예약을 하진 않고 항상 그럭저럭 자리가 있는데 이번 열차 2등석은 예약이 좀 심할 정도로 돼있더군요. 아참 쥔장의 경우는 나이 때문에 1등석을 끊어갔는데 정말 편하게 기차여행 했습니다. 유령들과 함께 세이버패스를 끊어다닌 것 처럼 열차를 점령 했으니까요 하하하 ***)

뒹굴뒹굴 대다보니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자아~ 우선 기차역에 짐을 넣어두고 여행안내소 부터 시작을~

드레스덴! 다시 유럽을 오면 와보고 싶은 곳이다. Prager 거리의 그 싸고 맛있는 가계들 평온한 마을... 많지 않은 관광객. 어쨋든 역앞은 온통 공사현장(어련하겠수)의 멜빵아저씨들을 헤치고 안내소를 찾아가서 숙소를 잡았다. 숙소위치를 가르쳐주면서 꽤 쓸 만한 지도를 한 장주길래 받았다. 보행자 전용도로인 Prager 거리를 걸었는데 멋진 음식들 저렴하게 파는 ㅠ.ㅠ 아마도 원래 유럽물가일 것이다. Vegeterian Menu 1번을 시켜먹었는데 정말 맛있고 양많은 요리랑 과즙이 떠있는 방금 갈은 과일쥬스 까지! 거기다 과일 디저트도!!

(*** Vegeterian 한국말로 바꾸면 채식주!의!자? 이지만 어깨에 힘넣고 머리에 띠두른 것 같이 강경하고 고지식함이 연상되는 단어라서(XX주의라니 Vegeterian에게 절대 안어울리는 단어다) 영어를 그냥 쓰겠다. 유럽을 여행하며 이나라 저나라 고유의 음식들을 먹어보려고 했었는데 많이 먹어보진 못했지만 기존의 음식들이란게 어느정도 틀이 정해져 버린 것 같다. 이탈리아 음식은 이래야 되고 프랑스 음식은 저래야 되고. 요리책 수십권 사도 조리법이 똑같을껄? 이러한 상태에서 얼마전부터 전세계에 불어닥친 채식의 열풍은 유럽요리사들의 창의성에 불을 당겨 버린거다. 새로운 장르!! 어떻게 요리를 해도 괜찮은 신천지~ 굳어진 형식이 없다는게 가지는 그 유연함은 COOL! 단 고기는 안되겠죠? 유럽각국 Vegeterian Menu 심지어 바로 옆가계의 요리도 틀리며 이런저런 요리들을 보다보면 그걸 만든 요리사의 재기발랄함 이라든지 위트가 느껴진다. 지금 이시간에도 어디선가 새로운 Vegeterian Menu가 탄생하고 있을 것이다 ***)

잘 먹고 일어서려는데 천둥소리. 헉. 좋았던 날씨가 갑자기 어두워진다. August 다리를 구경하러 가다가 비가와서 시청박물관으로 후퇴했다. 거참 비가 시원하게 주욱주욱 내린다. 비를 그으며 박물관 관람을 느긋하게 했는데 중세시대 각 영주들의 낙인, 칼, musket 같은 것들과 그 시대 가정을 재현해 놓은 것도 있었고 인형의 집도 있었다. 비오는 약간 눅눅하고 침울한 날에 고색 창연한 시청박물관.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중간중간 창문을 열어 거리에 비내리는 걸 구경했다. 비가 꽤 오래 내려 버려서 받은 설명서도 꼼꼼이 다 읽어 버리고 또 한번 더 읽고도 시간이 남아 어떤 큰 그림앞에 앉아서 멍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비가 더 거세졌는지 쏴아쏴아 하는 소리가 오래된 시청건물 내부에 울렸다.

비가 가늘어 졌길래 역으로 돌아갔는데 도착하기까지 30분이 걸렸다. 그런데 끝자락에 다시 비가 심해져 마지막 2분간 꽤 많이 젖어 버렸다. 역에서 볼일을 해결하고 Locker를 열어 베낭에서 우산을 꺼내들고 다시 나가볼까 했지만 운동화가 심하게 젖으면 난감할 것 같아서 그냥 역앞에 나와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 쥔장의 경우는 보통 하루에 8~10시간을 걷고 8~12시간을 잤는데 이렇게 걸을려면 샌들로는 힘들 것 같아서 운동화(New Balance)를 신고 다녔다. 샌들도 들고가긴 했지만 대부분 숙소내에서 슬리퍼 대용으로 썼다 ***)

5시30분에 비가 그쳐서 Prager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1유로 줬는데 베를린에서 3유로주고 먹은 것 보다 양이 많다) Procession of Princess 라는 기다란 벽화를 지나 유럽의 발코니 라고 불리는 강변을 걸었다. 여기 강변 정말 좋다. August 다리를 지나 북쪽거리를 걷다가 역으로 돌아왔다. 역시 Prager거리에서 소세지로 저녁을 해결했다. (튀겼다고 해야하나 구웠다고 해야되나 어쨋든 이 쏘세지 맛들이면 헤어나질 못한다. 맛있다 ㅠ.ㅠ)

(유럽의 발코니라고 물리는 엘베강변이다)

역에서 짐을 꺼내 들고 숙소를 찾아갔다. 분명 거리이름/번지는 맞는데 여관이나 숙박업소로 보이는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그 거리를 와따가따 하다가 주소의 가정집 울타리문을 열고 들어가 1층 집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안내소에서 받은 종이를 보여주고 여기 맞냐고 물어보니 웃으면서 맞기는 한데 위층이란다. 미안하다고 애기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주는데 민박집 인 듯 보였다. 방을 안내해주고 이런저런 애기를 하길래 잠자코 다 듣고나서 기차예약표를 보여주며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아침은 준비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애기했다 아니 손발짓 했다.

방에 들어갔는데 그냥 가족이 쓰던방을 잠시 빌려준 모양으로 깨끗하고 아늑한 방이었다. 물론 전용 샤워/화장실이 있고 냉장고에는 각종음료(먹고 계산하면 된다. 탁자위의 종이에 각종사항을 적혀있다) 책장에 아들쯤 되는 애가 봤음직한 책들이 꽂혀있었다. 쓸만한 책상/의자가 있었기에 편안히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를 쓸 수가 있었다(서구쪽 애들은 Diary라는 표현대신 여행하면서 적는 것은 Journal 이라고도 한다) 정리를 다하고 TV를 틀고 뉴스나 보다가 오랜만에 긴장을 풀고 잠을 푹잤다.

(드레스덴에 묵었던 민박집. 샤워실에서 찍은 모습이며 오른쪽으로 TV/냉장고/책장/책상 과 간단한 탁자가 있다)

[비용편]  : 할인금액의 경우 원래 가격을 괄호 안에 적었습니다. 할인가격(원래가격)

(2002년 8월 1일 기준환율 : 1 Euro = 1164.25 Won)
ref. http://market.hankyung.com/cgibin/exrate

* 드레스덴... 느낌이 좋았던 곳이라 글이 시원시원하게 잘 나오네요. 민박집은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하군요. 정말 아늑한 방이었는데 하루에 19유로. 하루 자면 19 + 6(단기체류 추가금) = 25유로 2일 자면 38유로 하하하. 그런데 이번 여름 물난리로 드레스덴이 엄청난 피해를 다는 군요. 뮌헨에서 본 CNN의 내용으론 강물의 높이가 9.5미터 상승을 ㅠ.ㅠ 좋은 마을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