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이야기 - 여자들의 하소연

2004-04-24

남편이 퇴근을 했다. 오랜만에 밀린 이야기도 하고 같이 산책이나 나가볼 계획을 세웠었지만 남편은 들어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내 이 모양이다.

요즘은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는 의례 게임방을 가게되었다. 게임을 하며 때때로 뭔가를 찾아보며 혼자서 낄낄대는 것 같은데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내가 어릴 때는 고무줄 넘기 인형놀이등을 한다고 엄마에게 야단을 많이 맞았지만 내 아이는 학교를 다녀오더니만 또 컴퓨터 앞에 앉는다. 과제를 하는데 필요하다고 하기도 하고 요즘은 컴퓨터를 이용해서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고도 한다. 지난달 부터는 새로나온 영어교재를 다운받아서 영어공부를 시키고 있는데 통 얘 얼굴을 볼 틈이 없다.

뭔가 재밌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는가?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컴퓨터란 넘이 여자들의 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남편을 남자친구를 아이를 뺏어가는 가증스러운 넘으로 말이다. 과연 진실일까. 그런데 이것 또한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연애를 한다"처럼 포인트가 약간 빗나간 것 같기도 하면서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일단 근본적으로 명제는 잘못되었다.

얼마전까지는 아마 이러했을 것이다. 남편의 경우를 예로 들면 퇴근하고 2시간정도 신문을 보기도 하고 가끔 회사일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하기도 했을 테고 회사동료들과 볼링을 치고 늦게 들어오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책을 읽기도 하고 간단하게 바둑기보를 펴놓고 연습하기도 했을 것이다. 단지 컴퓨터의 발달로 이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단일화된 물건"이 등장했고 드디어 모든 증오를 집중 시킬 수 있는 대상이 등장한 것이다. 반대의 상상을 해보자 요리/미용/친구들끼리 수다/드라마시청 등의 기능을 갖춘 단일화된 물건이 등장한다면 여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그것과 보내게 될 것이고 (실질적으로 예전에 각각에 보내던 시간의 합보다 작아졌을 수도 있다) 남자들은 그놈에게 내 아내/여자친구/엄마를 빼았겼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애정? 소외?

언제나 처럼 대충 벌려놓고 발빼는 쥔장 =_=;;

Copyright (c) 2002 Taiho, All rights reserved.
http://www.taiho.pe.kr